‘전국 일주’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 많은 분들이 자동차나 렌터카를 떠올리곤 하지만 꼭 차가 있어야만 전국을 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요즘은 기차, 고속버스, 시외버스, 심지어 시내버스까지 잘만 활용하면 자가용 없이도 충분히 전국 여행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특히 운전을 못 하거나 혼자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예산이 넉넉지 않은 분들에게는 대중교통 여행이 훨씬 현실적이고 알차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중교통만으로 전국 일주를 계획하는 방법부터 추천 루트, 예산 팁까지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전국 일주 : 계획
전국 일주를 대중교통으로 한다고 하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놀라시곤 합니다. 정말 가능하냐고 되묻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자가용 여행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중요한 건 노선 파악입니다. KTX 같은 기차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정차역이 한정적이고 고속버스는 주요 도시까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시외버스는 읍·면 단위까지 비교적 잘 연결돼 있어 지역 접근성이 좋습니다. 지역 간 이동은 기차와 고속버스를 활용하고 지역 내에서는 시내버스나 도보 이동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일정 조율입니다. 대중교통은 자가용과 달리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야 하다 보니 이동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도서산간 지역처럼 교통편이 적은 곳은 하루에 한두 번밖에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지역은 여행의 초반이나 후반에 배치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숙소 위치도 전략적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이동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여행 중에는 특히 저녁에 도착하거나 아침 일찍 이동할 일이 많기 때문에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숙소가 있다면 훨씬 편리합니다. 요약하자면 가능은 하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 갖지는 마세요. 요즘은 교통편 앱이나 지도로 노선 확인이 쉬워졌고 혼자서도 충분히 계획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추천 루트
그렇다면 전국 일주를 대중교통만으로 한다면 어떤 루트가 좋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루트는 서울에서 출발해 동해안 → 남해안 → 서해안 → 내륙을 따라 돌아오는 ‘순환형’ 루트입니다. 바다와 도시, 시골과 문화유산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일정입니다.
1일 차: 서울 → 강릉 (KTX)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를 타고 떠납니다. 약 2시간이면 도착합니다. 안목해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강릉중앙시장에서 식사를 즐깁니다. 숙소는 바다 근처 게스트하우스가 좋습니다.
2일 차: 강릉 → 속초 (시외버스)
강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탑니다.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나 대포항, 속초해수욕장을 둘러보는 하루입니다.
3일 차: 속초 → 경주 (시외버스 + KTX 환승)
속초에서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한 뒤, 서울역으로 가서 KTX를 타고 신경주역으로 향합니다. 이동 시간이 다소 길지만 경주 야경 투어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4일 차: 경주 → 부산 (기차 또는 고속버스)
오전 중에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경주는 부산과 가까워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시장 등을 여유롭게 둘러봅니다.
5일 차: 부산 → 순천 (고속버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순천으로 향합니다. 순천만습지, 드라마촬영지 세트장 등 자연과 도시가 잘 어우러진 곳입니다.
6일 차: 순천 → 광주 (시외버스)
1시간 남짓의 짧은 이동입니다. 예술의 거리나 양림동 펭귄마을 같은 트렌디한 여행지를 돌아봅니다.
7일 차: 광주 → 전주 (시외버스)
한옥마을과 풍성한 먹거리로 유명한 전주는 대중교통 여행자에게도 인기 많은 지역입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습니다.
8일 차: 전주 → 대전 (고속버스)
내륙 쪽으로 진입하며 잠시 휴식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대전에서는 성심당 빵집이나 유성온천 같은 도심 힐링 코스를 추천합니다.
9일 차: 대전 → 서울 (KTX)
마지막 날은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옵니다. 총 9일간의 전국 일주가 마무리됩니다.
예산과 꿀팁
이런 여행을 하려면 대략 얼마쯤 필요할까요?
물론 선택하는 숙소나 식사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아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 교통비: 18만 원 ~ 25만 원
- 숙박비 (1박 3만 원 기준): 27만 원
- 식비 및 기타: 20만 원
- 총합 약 65만 원 ~ 72만 원 선입니다.
예산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되는 팁도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KORAIL PASS를 활용하면 일정 기간 동안 기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어서 비용 절약에 좋습니다.
- ‘버스 타고’, ‘고속버스모바일’ 같은 앱을 활용해 미리 예약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숙소는 도심 게스트하우스나 소형 호텔을 중심으로 잡으면 가성비가 좋습니다.
- 이동 중에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단한 간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아낄 수 있습니다.
- 짐은 가볍게 백팩 하나로 이동하면 환승이 훨씬 수월합니다.
결론
전국 일주라는 꿈은 더 이상 운전하는 사람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고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여행의 본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계획만 잘 세운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여행입니다.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기차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 그 자체로도 이미 힐링입니다. 이제 당신의 전국 일주를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